아이는 자주 큰 눈망울을 굴리며 자기의 의사를 관철시키려는 행동들을 많이 하였다.
공부하자고 하면 책상머리에 앉기는 하지만 입을 크게 벌린 채로 나를 응시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버티기를 한다.
공부를 하자고 하면 큰 소리를 한 번 지르고 나서 스케치북을 펼치고는 자기 식의 그림을 한참동안 그린다.
사인펜을 떼지 않고 한 줄로 붙여서 1~10까지 수를 쓰기도 하고(그렸다고 하는 편이 낫다)
해리 포터가 계단 위에 서 있는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옆에 다가가 말을 걸어도 못들은 척 그림 그리기에 열심이다.
그리고 싶은 만큼 다 그리고 나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유독 음악 시간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일상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노래를 이용해서 언어지도를 하였다.
‘옆에 옆에 옆에’
앞, 뒤, 위, 아래 등의 개념보다 옆이라는 개념은 조금은 어려운 것 같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건강하고 다부진 아이를 보며 겨울에 아빠랑 스키를 즐기게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스키에서 기본은 사이드 스텝이다.
‘옆에 옆에 옆에’ 노래를 매일 같이 부르며 몸동작을 하며 스키장에서의 사이드 스텝을 상상했다.
계속 반복을 하니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때 당시 나는 20여년 경력의 스키어였다.
빨리 겨울 방학이 오기를 기다렸다.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스키 강습을 하기로 하였다.
드디어 스키장에 가는 날!
스키를 빌리기 위해 스키 샾에서 발 크기를 재고 스키부츠를 아이 앞에 가져다주니
아이가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부츠를 신는다.
참고로 그때만 해도 아이들 부츠는 거의가 앞 버클이라 신고 벗기가 조금은 까다로웠는데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신고 벗었다.
나는 속으로 놀라며 아이 앞에 플레이트를 놓아 주었더니 부츠를 신은 채로 플레이트에 고정을 시킨다.
‘이거 봐라’
아마 어른 들이 하는 것을 어느새 인가 본 모양이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아이는 쉽게 스키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