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특수교사로 잔뼈가 굵은 나는 아직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장애인들의 곁을 맴돈다.
무엇 때문에?
지난 30년의 세월을 뒤돌아본다.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학교 현장에 첫발을 내딛던 때가 1980년.
그 당시 나는 장래가 촉망되었고 부모님은 공부를 계속하기를 바라셨다.
현장을 모르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현장에서 3년의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3년이 지난 후에도 공부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면 그때 공부해도 늦지 않으리라
3년을 채우기도 전 1년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가 바로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기로 하고 30여년이 지났다
지나온 30년 시간을 뒤돌아본다.
나는 무엇을 했는가?
그 30년을 뭐라고 표현 할 수 있을까?
30년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이들에게 더 해 줄 것이 없을까? 고민하며 나하고 지낸 1년 이라는 시간이 아이들의 긴 인생여정에 조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바랬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다시 만난 제자들은 너무도 멋있게 잘 살고 있었다.
겉으로는 멋지게 보이는 아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여러 모양의 상처들로 가득했다. 한 제자는 부모보다 형제보다 할머니의 사랑으로 컸다는 얘기를 한다.
장애인의 문제는 장애 당사자의 문제를 넘어 가족의 문제라고.....
그러니 장애인복지, 특수교육의 현장에서 장애가족을 제외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호호알멘토를 운영하면서 학교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사랑한다고 말을 해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누가 그 사랑을 못하겠는가?
사랑은 말이 아니고 삶 그 자체이고 그냥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것이다.
사랑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 사랑은 마치 강물처럼 그 아이에게로 흘러가 마음이 하나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교육의 효과는 극대화된다고 할 수 있다.
1980년 대 중반을 지날 때의 일이다.
나는 하나라도 더 가르칠 욕심으로 아이들을 엄하게 꾸짖으며 공부를 가르치고 있었다.
내가 열심을 내면 낼수록 아이들의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뒷걸음치기 일쑤였다.
이유가 뭘까?
너무도 고민이 되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의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알게 되었고 나와 아이들의 관계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곤란하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염려해서 그러는 것인데 오해는 점점 쌓여 갔다.
나는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하기 싫어서도 아니고 꾀를 부려서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신체장애로 인해 아이들의 경험이 부족하고 직접 해 보지 않아서 용기가 없어서 못 한다는 것을.......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일 때, 나는 아낌없이 칭찬하기로 했다.
칭찬할 것이 없는 아이들은 칭찬거리를 찾아서 칭찬하기로 했다.
나에게 한 두 번씩 칭찬을 들으며 아이들은 바뀌기 시작했다.
진심은 통한다.
그리고 나와 지내는 1년 동안에 한 가지 만이라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원동력으로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고대하며.......
그렇게 1년 1년이 쌓여 33년
그리고 33년이라는 시간은 호호통합지원발달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위한 훈련의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강산이 3번도 더 바뀌는 시간동안 눈물 뿌리며 받은 훈련을 통해 나는 이제야 비로소 장애가족의 동행이 될 수 있다고 자부해 본다.
나는 오늘도 나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꿈꾸는 장애가족을 만나기를 고대한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같이 고민하면서 멋진 인생의 조력자가 되기를
헬렌켈러에게 설리반쌤이 있었던 것처럼.......
주변의 따가운 시선보다는 헬렌을 세우기에 열심을 내었던 고집
나도 우리아이들의 설리반쌤이 되고 싶다.
내 손을 잡고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외쳐 보자고
나는 행복하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