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일을 참견하기는 좋아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엄마도 선생님도 터치를 못하게 했던 ◆◆
공부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말을 너무도 듣지 않으려고 자꾸만 상관없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던 아이.
잘 하던 것도 내가 말을 걸면 올 스톱이다.
청개구리가 생각나는 아이.
그 아이는 나를 보고 자꾸만 '히포'라고 하면서 씩 웃는다.
매일 학교에 오면 그날그날 자기가 하고 싶은 주제를 정해서 그것은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가끔씩은 게으름을 피우기도 하였지만.......
어머니는 항상 걱정이셨다.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를 않고 자기의 생각만 고집을 한다면서
◆◆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나름대로 자기의 세계를 표현하며 즐거워하면서...
◆◆가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혼자 밥을 먹었다.
그런데 깍두기를 젓가락으로 잘라서 먹는다.
너무 힘들어 보여서 깍두기를 잘라 주려고 하면 밥 먹는 것을 중지한다.
여러 번 반복하다보니 그래도 밥을 먹는 것이 낫다 싶어 그냥 자기 식으로 밥을 먹게 해 주었다.
칼로 잘라야 하는 깍두기를 젓가락으로 잘라서 먹다 보니 점심시간이 모자랐다.
그래도 자기 혼자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사실이 기특해서 계속 할 수 있게 했더니 조금씩 밥 먹는 시간이 당겨졌다.
점심시간과 미술시간이 그래도 열중하는 시간이었고 그 나머지 시간에는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자꾸만 돌아다닌다.
아무리 자리에 앉으라고 해도 귀 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도저히 안 되겠어서 신문지를 교실바닥에 놓고 그 위에 "올라가서 서." 라고 말을 했다.
◆◆는 할 듯 말 듯
신문지의 끝자락만 밟았다가는 도망가기를 반복하며 쉽사리 신문지위에 올라가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드디어 신문지위에 올라가서 섰다.
그리고는 조용히 신문지위에 서 있었다.
부산한 행동이 신문지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10여분의 시간이 흐르고 신문지위에서 내려올 것을 말하였으나 ◆◆는 꼼짝도 하지 않고 신문지 위에 서 있었다.
그야말로 부동의 자세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까짓 신문지가 뭐라고 ◆◆의 행동이 신문지위에서는 얌전한 고양이가 되는지.......
너무도 신기하여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믿지 않으시더니 수업 중 몰래 교실 밖에서 보시고는 믿으셨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가 가만히 있을 수 있다니.......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신문지위에서 내려 올 것을 권하자 ◆◆는 마지못해 내려와서는 하교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또 부산하게 움직이는 ◆◆를 보며 "신문지위에 올라갈까요?" 하면
"아니오." 하면서 얼른 자기자리로 가서 앉는다.
그리고 그날의 과제에 집중하며 학습을 하게 되었다.
어머님은 선생님을 잘 만났다고 하시며 좋아하셨다.
그 다음 해 나는 기간제교사로 서울효제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5월의 어느 날
◆◆의 어머님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가 선생님을을 보고 싶어 한다고 .......
그리고 케익과 카네이션을 들고 ◆◆는 어머니와 함께 나를 찾아왔다.
특수교사로서 과거의 제자로부터 방문을 받는 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너무도 반가웠다.
여전히 나를 보고 '히포'라고 부르며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히포라고 하며 놀린단다.
내심 나를 기억해주고 찾아와 준 ◆◆가 얼마나 고마웠던지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또 생각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