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파견 근무를 했던 이곳은 중증장애아들이 모여 생활하는 시설이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아 생명의 지장이 없어지면 보내지는 곳이다,
20명 남짓 아이들을 만나 그들과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아이들의 이름 외우기와 아이의 얼굴과 이름을 연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른 아이들처럼 반응이 빨리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돌아가며 하나씩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면 대답할 수 없는 아이들은 선생님을 쳐다봤다.
조금이라도 소리를 낼 수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 이름을 불러준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해야만 하는 일이고 그래야 존재감을 가지고 살 수 있기 때문이리라.
처음에 이름을 부르니 모두들 어리둥절. 그러나 차차 표정이 밝아지며 이름을 부르는 선생님들에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가며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한 아이가 있었다.
쳐다보지도 않고 외면하기만 한다.
얼마동안 시간이 지나도 반응이 없자 나는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아이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아이는 얼굴을 돌릴 수 없으니 눈동자를 돌리기 시작한다.
마치 나를 쳐다보지 않겠다는 듯이.......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시설의 담당선생님에게 물어봤다 .
그 아이는 가장 심하게 벼려졌던 아이라는 것이었다.
그 시설은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의 목욕과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만은 유독 그 어떤 사람하고도 눈 맞춤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내가 그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은 4년 정도.
그 시간동안 나는 한 번도 눈을 맞추지 못했다.
그 아이의 마음의 상처가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아무리 장애가 심해도 자가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인지에 대한 것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말은 우리가 아이들을 만날 때 가식 없이 진실한 마음으로 만나야 하며 진정 그 아이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만나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