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련회를 갔다.
가평에 있는 수련원으로........ 가는 길에 남이섬의 풍광을 구경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동 수에 비해 교사와 자원 봉사자의 수가 적어서 교사 1명이 2명의 아동과 동행하기로 하고 우리는 학교를 출발하여 남이섬에 도착하였다.
남이섬은 사방이 물이다.
여기서 아이들의 손을 놓치는 날엔 아이들이 어디로 뛸지 모르고 어떻게 사고로 연결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들의 손을 놓지 않고 구경을 하고 있었다.
손에 손잡고~~~ 가볍게 시작한 발걸음은 이내 아이들과 힘겨루기의 상황으로 바뀌었다.
조용한 장소를 골라 점심을 먹을 때까지는 아이들이 비교적 얌전하였다.
가끔씩 돌발적으로 힘을 가하여 손을 뿌리치려는 행동들은 있었지만.......
문제는 점심식사 후였다.
아이들은 모처럼 자연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서 아무 방향으로나 뛰고 싶은데 선생님에게 붙잡혀 있는 손이 문제였다.
교사인 나는 양손에 한 명씩 아이들을 붙잡고 있어 손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한손은 자유로웠다.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에 자유로운 한 손으로 나의 손등을 꼬집기도 하고 때론 손가락을 펴려고 힘주어 젖히기도 하면서 선생님 손에서 벗어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여기서 아이들을 놓치면 안 된다.
내가 뛰어간다 한들 아이들을 따라잡을 수도 없다.
나는 아이들이 뿌리치려 하면 할수록 더 세게 아이들을 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수록 아이들의 힘은 더 세어지고 나는 점점 힘이 빠져갔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손등을 꼬집혀서 너무 아프기도 하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의 손을 고쳐 잡기로 하였다.
나는 한 아이의 손을 겨드랑이 끼고는 다른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
또 다른 아이에게도 같은 순서로 아이의 손목을 고쳐잡았다.
나는 남이섬의 여러 가지 볼거리에 대한 설명은 그만두고 아이들이 사고당하지 않도록 지키는 일에 온 정신을 뺐기고 있었다.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남이섬에 온 이유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느끼기도 하면서 자연 속에서 스트레스를 날려 보는 것인데 그에 대한 시도는커녕 오로지 아이들을 지키는 일에만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은 어머님들이 아이들과 나들이 할 때 자주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너무 힘들고 지쳐서 어머님들은 아이와의 나들이는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럼 나들이는 이제 그만 뚝 하며 아이들을 학교, 집의 연속선상에서만 둘 것인가?
아님 생활 속에서의 훈련과 연습을 통해 자기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장애가 심하다는 이유로 아이들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도록 하기 보기 엄마나 교사가 그 일을 대신한다면 아이들은 점점 더 자유로운 존재가 될 것이고 그 주변의 조력자들은 점점 지쳐갈 것이다.
아이들의 10년 후, 20년 후의 삶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