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학교에 올 수가 없을 정도로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선생님이 가정을 순회하면서 교육을 하는 대상이었다.
1주일에 2회 가정을 방문하여 주지교과 중심의 일반교육과정으로 학습을 했다.
엄한 할머니와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가 있고 막내였다.
보통의 장애 가족의 경우 더군다나 딸이 장애가 있으면 보통의 엄마들은 애지중지, 과잉보호 하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그러나 이 아동의 경우는 달랐다
친엄마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아동에게 엄했다.
교사가 집을 방문하는 날이면 엄마는 항상 집에 안계셨다.
하루는 방문을 하였는데 아동이 방에 없었다.
○○야 하고 부르니 대답은 들리는데 아동은 안 보였다.
어디에 있니?
여기 있어요.
그 집은 재래식 주택으로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가고 하는 식으로 불편하게 되어 있어서 뇌성마비 장애인이 지내기에는 매우 불편한 집이었다.
○○는 부엌에 있다고 했다.
3-4계단을 내려간 부엌바닥에 ○○는 머리에 수건을 둘러쓰고 있었다.
머리를 감았단다.
나는 속으로 이 정도는 엄마가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하고 너무 하네. 하고 생각했다.
○○가 많이 섭섭할 것 같아서
힘들지? 하고 물으니
이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한다.
뒷마무리를 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엄마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엄마에 대해 계속 물었다. 평소에 엄마가 어떻게 해 주는지에 대해서
○○는 오히려 덤덤하게 말한다. 엄마가 자기를 위해서 그렇게 하시는 거라고
장애가 있지만 스스로 할 줄 아는 것과 남의 도움을 받아 버릇해서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은 엄청남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를 보며 그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벌써 28년이 지난 이야기다.
지금 ○○는 40대 중반의 성인이다.
그때 엄마가 왜 자기한테 그렇게 엄하게 했었는지에 대해 이해가 간다고 엄마 편을 든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한다. 장애가 있던 없던
지금은 세월이 많이 좋아져서 활동도우미의 도움으로 가고 싶은 어디든 다닐 수 있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어떻게 해 주는 것이 좋다고 표현할 수 있어야 도움을 받아도 삶에 보탬이 되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은 수업이 끝나고 나오는데 배웅하겠다고 따라 나섰다.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위태위태한 걸음으로 그러나 절대로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나를 배웅한다.
○○의 배웅을 받는 것이 절대 마음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마음은 너무 예뻤다.
먹고 싶은 간식이 있으면 그 걸음으로 슈퍼를 향한다고 했다. 비록 과자 한 개이지만 자기 걸음으로 가서 사오도록 엄마는 집에 간식을 두지 않았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직접 해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의 어머니는 알고 계셨나보다.
지식적인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 지식을 자기의 것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의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센터로 나를 찾아온 ○○는 명랑하게 옛날이야기를 한다. 엄마 생각이 나는지 잠간씩 말을 멈추기도 했지만
지금 ○○는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아마도 어머님은 ○○가 이리도 일찍 세상에 홀로 남게 될 것을 아셨나 보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은 ○○
자기 나이 또래의 활동도우미를 만나 친구처럼 잘 지내는 것을 보았다.
28년 전 스스로 머리를 감고 밥상을 차려 보았던 그 경험이 오늘도 ○○를 살게 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