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아 시설에 파견학급이 생기고 입학식을 하던 날
그곳에 있는 아이들의 장애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입학식에 참석하신 30년 경력의 교장선생님도 놀라움으로 말씀을 이어가기를 꺼려하시고 있었다.
여느 입학식의 풍경이 아니었다.
보조기에 몸을 의지하여 앉아 있는 아이.
누워서 천정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
바닥에 앉아서 고개를 돌리며 손장난을 하는 아이.
무엇이 그리 좋은지 헤~ 입을 벌리며 미소 짓는 아이.
가끔씩 외마디 소리를 지르는 아이.
얼마나 손가락을 열심히 빨았던지 지문이 없어질 정도였지만 계속 손가락을 빠는 아이 등등
무사히 입학식을 마쳤다.
아이들과 공부 할 일이 걱정이었다.
내 담당 과목은 음악이었고 마침 교실에 오래된 낡은 피아노가 있었다.
눈 마주침도 어려울 정도의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일일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을 맞추었다.
그런데 한 아이만 유독 눈을 안 마주치려 했다.
어떻게 음악 수업을 해야 할까?
너무도 고민이 되었다. 일단은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노래가 아닌 유치원 수준의 재미나는 노래 메들리로~~~
노래를 부르다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의 얼굴이 싱글 벙글, 손을 휘저으며.......
그렇게 우리의 음악 시간은 시작되었다.
말과 행동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피아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매우 즐거워 하는 것 같았다.
소리를 내 봐야 으으으 아아아~~~~~
내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아이들도 높낮이를 흉내 내며 아~~~~
피아노 소리가 멈추면 기대에 찬 눈초리를 나를 바라본다.
우리는 이렇게 교감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런 음악 시간을 기다렸다.
교실에 들어갈 때 나는 노래책을 한 보따리씩 들고 들어갔다. 그러면 아이들은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손에 둘린 노래책을 눈으로 따라 가며 피아노 연주를 기대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기숙사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리고 말썽을 일으킨 날이 있었다.
그 날은 노래책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오늘은 노래를 부르지 않을 거에요.라고 했다.
아이들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잠간 동안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너무도 안 됐다는 생각에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표정은 금방 밝아졌다.
나는 피아노란 악기가 얼마나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지 이 아이들을 보며 깨닫게 되었다.
멋지고 훌륭한 연주는 아니어도 노래마다의 특징을 살려 연주를 하니 그때그때의 감흥이 새로웠다.
아이들에게 좋은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나는 부지런히 연습을 했다.
나의 연주에 깊은 감동으로 호응하는 귀한 청중을 위한 연주는 이렇게 계속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