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13살 정도의 여아였다.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고 눈을 지그시 감고 아주 맛있게 빨고 있었다.
손을 빠는 일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식사시간 때 보니 숟가락을 사용해 밥을 혼자 먹고 있었다.
중증장애아동이 도구를 사용해서 밥을 벅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수업시간에도 손가락을 빠는 행동 때문에 제대로 학습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아동의 신경은 온통 손가락 빠는 일에만 쏠려 있었기 때문에
손가락을 빠는 행동은 반드시 수정 되어야 하는 행동이다.
성장해 가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상대방에게 심하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행동이기도 하다.
생활연령이 높아감에 따라 유아적인 행동은 자연히 감소하여야 한다.
그러나 때를 놓친 아동들은 성장하면서 알아야 할 여러 가지 즐거움에 대해 알아갈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리고 그 유아기의 행동에 고착되어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된다.
이것은 가족 및 주변인들을 매우 힘들게 하는 행동이 된다.
학교에서는 손가락 빠는 행동을 수정해 보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손가락이 입으로 가면 손을 잡았다.
어떻게 해서는 뿌리치고 손가락을 입에 넣고야 말았다.
우리는 손에 면으로 된 벙어리장갑을 끼웠다.
처음에는 불만스럽게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는 장갑을 벗어버리려는 시도를 하였다.
안되니까 장갑을 낀 채로 손을 입에 넣었다. 장갑이 몽땅 젖어서 냄새가 많이 났다. 그래도 신나게 빨고 있었다.
이 방법도 안 되는구나!
다음 방법으로 의자 손잡이에 손을 고정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수업 중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으면 어느 새 손을 빼서 신나게 빨고 있다.
방법이 없을까?
좀 더 어린 나이에 행동수정을 해야 했는데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며칠 뒤 기숙사에서 연락이 왔다.
식사시간에 그렇게 즐겁게 밥을 먹던 아동이 식사를 거부 한단다.
숟가락을 잡고 밥을 퍼서 등 뒤로 버린단다.
비상이다.
손가락을 빠는 것을 수정하려는 것과 아동이 식사를 거부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큰일일까?
기숙사 선생님들과 우리는 손가락 빠는 일을 허용하기로 했다.
일단은 건강을 챙기는 일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이 아동의 식사거부는 지속되었다.
눈에 띄게 살이 빠져서 기숙사에서는 영양 주사를 놓아 주고 건강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아동의 경우 너무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도구를 사용해서 식사를 한다는 것은 다른 작업수행 능력도 있다는 뜻이다.
손가락을 빠는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좀 더 어린 나이에 시도가 있었다면 이 아동은 성장하면서 더 많은 경험 속에서 많은 이들과 교류할 수 있었을 텐데........
손가락 빨면서 느끼는 행복이 다른 것에 대한 호기심도 흥미도 모두 잠재워 버린 경우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아동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