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믈 향해 달려 나가는 K군의 이야기(3)

<상담 3회 차>

 상담 3회 차부터는 K군이 매우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다. 3회 차 상담을 하러 와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났어요. 아침에 5시30분에 일찍 일어났어요.’ 하며 늦잠 잘까봐 걱정이 되었다는 것과 일찍 일어난 것은 K군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말 하였다. 그렇게 일찍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 물으니 ‘오고 싶었어요.’ 라고 하여 내심 기뻤다. 이 상담시간이 K군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서 왔다는 부연 설명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놓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가격을 확인하려고 걱정이 됐어요. 검색, 바코드, 하는 방법을 봤어요. 편의점, 수퍼마켓, 제 꿈이에요. 심심해서 좀 그랬어요. 이런 거 배우고 싶었어요. 컴퓨터, 타자, 계산기, 랜덤. 상관없어요. 어렸을 때 못 배워서 걱정됐어요.’ 하면서 서로 연결되는 말이 아닌 것 같은 말들을 서슴없이 늘어놓았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는 K군이 왜 상담초기에는 ‘상담 취소할 게요.’ 라고 했었는지 매우 궁금해져서 재차 물었더니 대뜸 ‘없어요.’ 라고 하였다. ‘영수가 계속 딴소리, 엉뚱한 소리하면 나는 갈 거야.’ 라고 상담자가 말하였더니 ‘아니에요.’ 라고 즉답을 하였다. ‘이유가 있었어요. 이제 안 그럴게요. 면목이 없었어요. 후회가 됐어요. 제 생각대로 행동을 많이 했어요. 죄송해요.’ 라며 또 다시 쏟아내는 K군의 말들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K군은 ‘없어요.’를 반복하였는데 앞으로는 ‘없어요.’ 대신에 ‘몰라요. 알아요.’를 쓰기로 하자는 상담자의 제안에 대한 K군의 생각을 물었더니 ‘찬성이죠. 가능해요.’ 하며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확인하였던 것은 K군은 ‘말을 잘하고, 많이 하고 싶은’ 사람인데 불구하고 ‘어려워서 이해를 못 해요.’ 라고 표현한 것은 스스로 말을 못하는 것으로 도망가고 싶었던 K군의 안타까운 심정을 고백한 것이었다. 앞으로 K군이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하려면 생각하면서, 천천히 말을 해야 된다고 알려 주었다.

다음 상담일은 10월 27일- 다다음주라고 고지하였더니 ‘맨날 까먹는데 적어야겠어요.’ 라며 먼저 반응해 주어서 매우 반가웠다. 상담을 마치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은 K군이 반복적으로 말하였던 ‘어렸을 때 말을 못 했어요.’ 에 대해서 못한 것인지 안 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였고 K군은 ‘말을 안 했었다.’ 고 인정하며 앞으로는 말을 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K군은 말을 할 수 있었음에도 말을 못하는 사람으로 24년을 살았던 것이고 이제 스스로 그것을 깨고 말을 하면서 살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상담 3회 차까지 진행하면서 K군이 자주 사용하는 어휘를 발견하였는데 그것은 ‘없어요’는 ‘아니오, 알아요, 몰라요’ 를 함축하는 말로서 귀찮아, 하기 싫어, 몰라의 의미를 가진 자기만의 관용구라는 것이었다. 또한 ‘제 생각이에요’ 는 K군의 자신감을 표현하는 말이고 대답하기 싫을 때는 동문서답 식의 딴소리를 하는 것이 생활 속에 익숙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에 상황에 맞는 고급스러운 표현 (이유가 있었어요. 이제 안 그럴게요. 면목이 없었어요. 후회가 됐어요. 제 생각대로 행동을 많이 했어요. 죄송해요.)을 사용하는데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3회 차 까지 상담을 진행하면서 K군의 마음은 열렸고 자기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후련함과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상담자에게도 앞으로 상담을 지속할 이유가 되었다.

 <상담 4회 차>

 K군은 상담 4회 차에 들어서야 시간에 맞춰 올 수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라고 먼저 인사하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마구 쏟아냈다. 다음은 그 대화 내용들이다.

K군은 이야기할 때 다른 사람 말은 궁금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반대로 사람들도 K군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더니 ‘아니오.’ 라고 하면서 부정하였다. 그래서 ‘지금 내 얘기 듣고 싶어요?’ 라고 물으니 ‘아니오.’ 라고 하며 흥분해서 목소리가 굳어졌지만 이내 ‘안 하겠다.(들어보겠다고)’ 고 하였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매우 긴장되는 시간이 지나갔다. 이렇게 K군이 자기 이야기에 집중해서 혼자 떠들 때면 사람들의 잔소리도 계속 이어졌고 K군은 그 잔소리를 모두 무시하고 계속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며 똑같은 얘기만 반복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것 또한 자폐성장애인의 매우 뚜렷한 행동 특성 중의 하나인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의 관심사를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잔소리를 들을 때면 듣기 싫어서 하는 행동이 문제가 되어서 일을 그만 두고 싶다거나 학교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하였다. 그리고 ‘학생들한테 소리치면 안 되고(옷 잡아당기고 손가락을 꺾었어요), 때리면 안 되고 할머니는 옷 입으라고 잔소리.’ 등 들었던 잔소리를 회상하였다. 다 듣고, 다 알고 있었으나 무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상담을 받게 되는 문제를 일으켰고 ‘안되겠어. 너 집에 일찍 가. 화요일부터 하루만 쉬어.- 지난주 금요일 계속 뭔가를 하고 싶은데 쉬니까 재미없었어요.’ 라는 말을 들었고 앞뒤 문맥이 연결되지 않는 자기의 관심사를 따라 가는 말을 반복하면서 자기의 시끄러운 속내를 드러내었다. K군은 다 얘기하고 나니까 기분이 나아졌다고 하였다.

  상담 4회 차에서 K군은 많이 편해졌는지 살짝 고집도 부렸지만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려고 하고 그로 인해 듣게 되는 잔소리는 회피하면서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부분(계속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에 대해 털어놓으며 후련함을 느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