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알멘토
부설 강은희 박사 "사회성 발달 연구소"는
독특하고 특별한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
가족과 함께 즐거울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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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호호선생님의 마음
지금은 어엿한 아가씨가 되어 있을 은희(가명)를 생각하며

우리의 만남은 1996년에 시작되었다.
너무도 편한 상태로 앉아 있는 은희는 기저귀를 차고 있었다.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이 눈은 반쯤 내리깔고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그러다 갑자기 아~ 하는 외마디 소리가 난다.
놀래서 돌아보면 눈을 흘기고 있다.
마치 아무것도 보기 싫다는 듯이.......

수업시간이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은희는 몸의 경직이나 경련 등의 증상이 보이지 않았고 너무 편안해 보여서 살살 팔, 다리를 주물러 보았다.
일어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고 일으켜 세워 보았다.
은희는 일어설 수 있는 아이였다.
지금까지 아무도 은희를 일으켜 세우려는 시도가 없었는지 아니면 은희가 너무도 서는 것을 싫어해서 시도를 안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



 
5분여의 시간이 흐르고 은희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서있기 싫다고 하는 것처럼.......

그래도 조금만 더 서 있자고 하니까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주저앉으려고 한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니 또 소리를 지른다.
옆방에 있던 선생님들이 쫓아와 무슨 일인가 한다.
은희가 서 있으면서 내는 소리를 확인하고는 각기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은희는 상황 파악이 끝난 것처럼 잠시 조용하다가 또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하다.
은희가 방바닥에 앉았다. 
혼자서.......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은희는 자기의 몸을 가눌 수 있고
걸음을 걷기 위한 준비동작인 서서 균형을 잡는 것이 가능하다.
그럼 해 볼만 한 씨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서서 세상을 보게 해 주고 싶었다.
누워서 또는 앉아서 보는 세상과 서서 보는 세상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누워만 있는 아이와 걸을 수 있는 아이를 대하는 시선 또한 다를 것이란 생각이었다.

 
 
나는 은희와의 씨름을 시작했다.
5분에서 10분으로 15분으로 .......  시간을 점차 늘려 나갔다.
서있는 시간을 늘리니 다리에 점점 힘이 생겼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서는 동작에서 드디어 한 발자국을 띠었다.
 
 
 

역사적이고 감격스러운 시간이었다.
그 한 발작이 두 발작이 되고 셋, 넷.......
평지를 걷다가 경사로를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하며 은희는 교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른다.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은희를 볼 때마다 갈등을 느꼈다.
저렇게 싫어하는데 여기서 멈출까?
그러나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은희가 서서 보는 세상을 경험하기를 바라면서
.......

익숙함을 버리기를 싫어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하는 일은 쉽기도 하면서 어려운 일이다.
헬렌켈러와 설리반 선생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도구 사용을 거부하면서 단식 투쟁을 하던 헬렌이 도구를 사용하여 밥을 먹을 수 있게 이끌어 주었던 설리반 선생님

무엇이던지 처음은 어렵지만 한번 이겨내고 나면 다시 도전할 용기가 나는 것 같다.
그 처음 시작을 아이들과 함께 하며
익숙함으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되고 싶은
호호선생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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